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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할 때 꺼내 먹어요" -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김신회)

"위로가 필요할 때 꺼내 먹어요" -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김신회) 

 

사실은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강하게 채찍질 하는 책이었다. 남들보다 두배로 일해야 나보다 잘난 놈을 따라 잡을 수 있고, 강한 정신력만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처음엔 묘하게 동기부여가 되는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난 오늘 그 책을 덮어 버리고 말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 같이 갑갑했다. 김신회 작가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라는 책이 떠올랐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 책을 펼치고 오래전에 그랬던것처럼 보노보노에게, 야옹이형에게, 너부리에게 위로 받았다. 울컥했다. 내 마음에 위로가 필요할 때 꺼내 먹듯 펼쳐 보는 인생 책. 오늘은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날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김신회 지음)'는 이런 책!

 

틀린 길로 가도 괜찮아.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보노보노'라는 만화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한 번 쯤은 '보노보노'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너부리야~"를 외치는 파랗고 동그란 귀여운 수달.(수달인지 몰랐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조개 하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는듯이 품고 다니는 사랑스러운 생명체.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보노보노 에세이다. 

 

다소 엉뚱한 말들 같지만 마음을 파고드는 대사들.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하는 보노보노를 보다보면 내 때묻은 마음이 순식간이 창피해져 버린다. 저자인 김신회 작가는 굉장히 솔직하면서도 쉽고 재밌게 읽히는 문체가 매력적인 작가라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인데, 바로 이 책을 통해 처음 김신회 작가를 알게 되었다. 작가 역시 이 순수한 '보노보노'를 친구로 여기며 살고 있다고 한다. 만화영화 '보노보노' 속에서 주옥 같은 문장들을 하나하나 길어올려 이렇게 마음 따뜻한 에세이를 펴냈다. 나는 마음이 정말 쓸쓸해질때면 이 책을 펼쳐들고 예외 없이 위로받곤 한다. 그렇게 어느덧 인생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 출판사 : 놀

- 발매일 : 2017년 4월 6일

 

"맘놓고 곤란해 하고 싶을 때" 꺼내 먹어요

정말 주옥같은 문장들이 보물처럼 가득하지만, 항상 위로 받는 두 가지 문장에 대해 기록해 보려고 한다. 

 

첫번째는, 내가 안심하고 화내고 싶을 때 안심하고 우울해 하고 싶을 때, 안심하고 곤란해 하고 싶을때 꺼내 읽는 문장이다.

보노보노는 배가 고파지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늘 소중한 조개를 품 속에 안고 다닌다. 그만큼 미리 걱정을 사서 하는데, 그 모습만큼은 나를 꼭 닮았따. 포로리는 쏘아 붙인다. 나중에 곤란해 하면 되잖아, 왜 꼭 지금 곤란해야 하냐고. 하지만 야옹이 형은 말한다.(그래도 야옹이 형이 형은 형이다.) 

 

 

보노보노. 살아 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어차피 곤란해 할 거라면 맘 편히 곤란해 하라는 말이 어찌나 힘이 되는지. 곤란함은 살아 있는 한 무조건 따라오는 동반자이며 언젠간 끝나게 된다는 사실을. 야옹이 형은 보노보노가 맘 놓고 곤란해할 수 있도록 그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 준다.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고 속상하고 답답하고. 아무리 마음공부를 하고 의젓하게 감정을 흘러 보내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런 날 마음 속은 요동친다. 그냥 좀 혼자 씩씩 거리면 안돼? 그냥 좀 속상해하면 안돼? 그냥 좀 곤란해 하면 안돼...? 그럴 때 내 안의 냉철한 자아는 차갑게 말한다. "안돼. 네 나이가 몇인데. 철 없기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에게 야옹이 형이 다가와 이런 말을 해주면, 답답하고 곤란했던 마음은 어느새 사르르 녹아 잦아드는 느낌이다.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을 때" 꺼내 먹어요

 

나는 도리도리를 이해한다.

나는 도리도리를 이해한다.

나도 계속 울기만 한 적이 있어서 잘 안다.

내가 운 이유는 배고프고 싶지 않은데 배가고파지는 거랑

춥고 싶지 않은데 추워지는 거랑

무섭고 싶지 않은데 무서워지기 때문이었다.

그랬기 때문이었다.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뭔가 슬픈데 좋았다. '보노보노'는(비록 만화영화 캐릭터일지라도) 자신의 감정을 순수하게, 그렇지만 정확하고 투명하게 표현할 줄 아는 생명체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저 문장들이 '내 마음같지 않게 흘러가는 내 마음 때문에 울고야 말았다'라고 들렸다. 뭔가 내가 도리도리가 되어 내 마음인데 도무지 맘대로 되지 않아 속상한 내 마음을 보노보노에게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보노보노는 그런 감정이 올라올 때 계속 울기만 했다고 한다. 그런 덕에 보노보노는 도리도리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마주하면서도 가만히 곁에 머물러 줄 수 있는 성숙한 마음을 얻게 되었다. 

 

이 글로써 나는 스스로 위로 받고 있다. 어느 누군가 역시 지나가는 길에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오늘 하루 노곤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