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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다는 감각 - 내 일로 건너가는 법(김민철 에세이)

안전하다는 감각 - 내 일로 건너가는 법(김민철 에세이) 

안전하다는 감각은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TBWA(광고회사) 출신 김민철 작가의 에세이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이 출간 됐을 때, 카피라이터 다운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일이라는 세계, 그 속에서 나를 키우고 있습니다' 라는 카피를 보고 주저 없이 읽기 시작했던 책. 오늘의 밑줄은 내 일로 건너가는 법에서 발견한 '안전하다는 감각'이다. 

내 일로 건너가는 법

한 회사에 어떻게 10년이 넘게 있을 수 있지?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 김민철 작가가 아직 일터에 있을 적의 기록들. (김민철 작가는 이 책을 출간한지 얼마 안되어 퇴사 후 프리랜서의 삶을 오롯이 누리고 계시는듯하다)

-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내 일로 건너가는 법

결국 외로움은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그 날의 그 면담에서 나는 팀장님께 정중하고 단호하고 말했다. "저는 지난 7개월 동안 팀이 없었습니다. 외딴 섬에 갇혀서 혼자 우물 파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팀장은 전혀 몰랐다는 멍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버거웠던 프로젝트를 혼자 떠안게 된지 딱 7개월 만의 일이었다. 오후 다섯시 반이면 무조건 보내야 하는 인턴 한 명을 데리고 고군분투했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혼자 버겁고 외로웠다. 무엇보다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생겨도 함께 의논할 사람이 없었다. 팀장을 비롯한 나를 제외한 팀원들은 다른 프로젝트로 함께 바빴다. 그 어떤 도움을 요청해도 받지 못할것 같았다. 그저 이 일은 온전히 나 혼자 책임져야 하는 일이것만 같았다. 마음이 갑갑했고 주말에도 편히 쉴 수 없었으며 하루하루가 다르게 어두워져 갔다. 어느날 팀장의 무심한 독설 한 마디는 그간 누르고 눌러왔던 내 마음의 수도꼭지를 터뜨리고 말았다. 오히려 너무 힘들때는 절대 그만두지 않으리라, 차라리 조금 덜 힘어졌을 때. 차라리 그 때 그만두자. 그렇게 버텨왔는데... 저렇게 제동을 걸어 버리다니. 나는 그제서야 오랜 시간 혼자 꾹꾹 눌러 담아 왔던 이야기를 천천히 내뱉기 시작했다. 팀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는 나에게 팀장이 망연자실하게 물었다. "웃으면서 너무 잘지내고 있어서 전혀 몰랐어. 그런데... 팀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은 어떤거야?"

안전하다는 감각

책 '일놀놀일'에서 이승희 작가는 장래희망 중 하나로 크리에이티브 그룹을 만들고 싶다며 이런 문장을 덧붙였다. '각자가 고유하지만 연결되어 있고, 지속 가능하며, 정서적 충족감을 주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각자 고유한 자리에서 각자의 전투를 벌여도 손 뻗으면 언제든 나를 도와줄 지원군들이 있다는 믿음과 신뢰. 거기에서 기인하는 안전한 감각. 

 

이 팀은 안전하구나.
이 팀 안에서 나는 안전하구나.
이 팀을 믿고 기어코 나도 내 몫을 다해야겠구나.
안전하다는 감각은 한 명의 특출난 능력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순간순간 보여주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p83

 

 

작가 대니얼 코일은 그의 책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최고의 팀을 만드는 실마리를 찾기 위해 3년에 걸쳐
전 세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팀을 찾아다닌다.
실리콘밸리부터 NBA 농구팀까지, 구글부터 미 해군 특수부대까지.
연구 끝에 그는 최고의 팀을 만드는 세 가지 요소를 말한다.
그리고 그 중 첫 번째 요소로 꼽는 것이 바로
'당신은 이곳에서 안전하다'라는 소속 신호다.
놀랍게도 구성원들의 역량과 자질이 아니라
'안전하다는 감각'이 최고의 팀을 만드는 열쇠라니! 
-p.86

 

 

도대체 '안전하다는 감각'은 무엇일까?
그것은 적어도 이 팀에서는 당신이 안전하다는 확신이다.
어떤 의견을 내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어떤 어려움을 토로해도
같이 해결해줄 사람이 있다는 확신.
-p.86

 

 

나는 적어도 이 곳에서만큼은 안전하다는 확신. 나는 그런 안전한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껏 흑화된 모습의 내가. 매일 밤 후회되는 모습으로 어두워져가는 내 모습이 더 보기가 힘들어졌을 때 나는 이 모든걸 접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물론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벅찬 프로젝트는 끝날듯 끝날듯 끝나지 않고 나를 괴롭히고 있지만. 안전한 감각을 위해서는 적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한 번씩 손을 뻗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고, 팀은 소통이 끊기면 끝이다. 결국 갈등의 감정은 곪다가 터져버리고야 만 누런물 속에서 비로소 녹기 시작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Life itself will let you know."
(인생이 알려줄 거야.)
너무 애쓰지 말고,
재미가 있으면 재미있는 대로 강물에 몸을 맡기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그건 그때 또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러다 어떤 강둑에 도착하게 되면
그때 또 거기서 답을 찾아보면 되는 거지.
지금 모든 답을 다 알려고 애쓰지 마.
인생이 알려줄 거야.
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