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 홍라희 컬렉션: 한 기업인의 예술혼이 빚어낸 국민의 유산
"예술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향한 창문이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말이다. 그가 평생에 걸쳐 모은 이건희 컬렉션을 둘러보며,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23,000여 점. 그 숫자만으로도 압도적인 이 컬렉션은 단순한 미술품의 집합이 아닌, 한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적 지문이자 우리 미술사의 살아있는 교과서다.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 한국 미술사의 새 장을 열다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 책을 읽고, 이건희홍라희가 평생에 걸쳐모은 미술컬렉션에 관심이 생겼다.
"미술은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이 말은 그가 평생에 걸쳐 구축한 컬렉션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2만 3천여 점. 그 압도적인 숫자 뒤에는 한국 미술사 전체를 아우르는 깊이와 넓이가 자리하고 있다.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이 갖는 미술사적 의의는 실로 지대하다.
이건희홍라희 컬렉션이 갖는 미술사적 의의
첫째, 이 컬렉션은 한국 미술의 계보를 한 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고려 청자부터 조선의 회화, 근현대 작가들의 걸작까지, 천 년에 걸친 한국 미술의 흐름이 이 컬렉션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둘째, 이 컬렉션은 한국 미술의 세계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명성을 지닌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한국 미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이 컬렉션의 기증은 한국 사회에 '문화 나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개인의 소장품을 국가에 기증함으로써, 예술이 특정 개인이 아닌 모든 국민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의 의의를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있다. 바로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이다. 이 책은 단순한 도록을 넘어 하나의 미술사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부분은 이건희 홍라희 부부의 컬렉션 철학과 그들의 미술사적 안목을 다룬다. 두 번째 부분은 컬렉션의 주요 작품들을 시대별, 장르별로 상세히 소개한다. 마지막 부분은 이 컬렉션이 한국 미술계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주요작품에 대한 설명과 작품에 얽힌 스토리를 들려준다. 예를 들어, 김환기의 '우주' 연작에 대한 설명은 단순히 작품 묘사에 그치지 않고, 김환기의 예술 세계 전체를 조망하며 이 작품이 갖는 의미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또한 이 책은 이건희홍라희 일가가 주로 거래하던 화상의 인터뷰를 곁들여 컬렉션 형성 과정에서의 에피소드와 각 작품에 얽힌 일화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은 단순한 미술 도록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미술사의 중요한 순간을 기록한 역사서이자, 앞으로의 한국 미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이 단순한 미술품의 모음이 아닌, 우리 문화의 정수이자 미래를 향한 비전임을 깨닫게 된다.
천문학적 가치를 가진 예술 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이건희 컬렉션은 전국 곳곳에 스며들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마치 한 그루의 거목이 뿌리를 뻗어 전국의 문화토양을 풍요롭게 하는 듯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묵직한 필체와 과감한 구도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조선 선비의 기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김환기 '우주' 연작 앞에 서자, 마치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래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난 박수근의 '시장 사람들'은 또 어떤가.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붓질로 그려낸 서민들의 모습에서 우리 근현대사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대구미술관의 이중섭 '황소' 앞에 서자, 그의 격정적인 삶과 예술혼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작품의 희소성이나 금전적 가치에 있지 않다. 그것은 우리 문화유산의 맥을 잇고, 한국 미술의 정수를 한 자리에 모아냈다는 데 있다. 더욱이 이 컬렉션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그 의미를 배가시킨다. 홍라희 여사의 결단으로 이뤄진 이번 기증은 단순한 미술품 기증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 기업인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안목이 만들어낸 문화적 자산을 온 국민과 나누고자 하는 고귀한 결정이었다. 이는 우리 사회에 '문화 나눔'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이 컬렉션은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는 이 컬렉션을 통해 한국 미술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이건희 홍라희 컬렉션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살아있는 미술관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갈 문화적 자산인 것이다.
이 컬렉션은 우리에게 묻는다. 예술은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향유해야 하는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시대정신과 예술가의 혼을 읽어내는 것. 그것이 이건희 회장이 말한 '예술이라는 창문'을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방법이 아닐까.
전국 곳곳에 흩어진 이건희 컬렉션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 순례가 될 것이다. 그 여정에서 우리는 한국 미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제 그 여정을 시작할 때다.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거대한 숲에서, 우리는 어떤 나무를 발견하게 될까. 그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문화 향유의 시작일 것이다.